해외여행이 자유로워졌지만, 나는 오히려 국내 소도시 여행에 더 좋아한다. 특히 로컬투어라 불리는 지역 밀착형 여행은 매번 새롭고 따뜻한 경험을 안겨준다. 이번에는 전주로 떠나 현지 전통시장과 수공예 체험을 중심으로 로컬 감성을 깊게 느껴보았다. 먹고, 보고, 손으로 직접 만들며 체험하는 이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힐링이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다녀온 전주 로컬투어의 생생한 후기를 중심으로 그 매력을 전해보고자 한다.
전주 남부시장, 여행자의 오감이 깨어난다
전주는 한옥마을이 유명하지만, 그 너머에 남부시장이 있다. 한옥마을 바로 옆에 위치해 이동이 편하고, 오래된 감성과 활기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아침 일찍 시장을 찾았다. 가게 셔터가 하나둘 열리고, 상인들의 목소리가 골목을 채우기 시작할 때였다. 한 손에는 현금을, 다른 손에는 에코 가방을 들고 천천히 걸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 길손 찻집" 국수집이었는데, 시장이라 상인분들과 시장에 장보러 오신 고객들은 상대로 하는 곳이라 그런지 맛도 맛있었지만 주변에서 주는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에 더 맛있게 먹었다. 이름이 찻집이지만 여러 차와 국수를 파는 곳으로 노부부가 운영하는 공간이었는데, 들기름 냄새와 따뜻한 유자차 향이 어우러져 이상하게도 마음이 놓였다. 전주 남부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온도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 그 동네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 튀김, 약과, 전주 초코파이를 하나씩 사 먹으며 시장 특유의 리듬에 맞춰 다녔다
한지 공방에서 만든 나만의 필통
시장 구경을 마친 후 나는 근처에 있는 " 전주 한지 행복한 공예방 " 한지 공방을 찾았다. 예약 없이도 당일 체험이 가능했고,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셨다. 나는 한지로 만드는 필통 만들기 체험을 신청했다. 먼저 원하는 색의 한지를 고르고, 재단된 나무틀에 접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종이를 붙이는 과정은 단순해 보였지만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선생님은 조용히 옆에서 도와주셨고, 내 손은 어느새 풀 범벅이 되어 있었다. 완성된 필통은 삐뚤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조차 귀엽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주는 성취감이 컸다. 마지막엔 이름을 써서 도장을 찍는 작업도 있었는데, 그 순간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전시된 다른 수공예품들도 구경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 나는 그 필통을 여행용 파우치로 사용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아 더 깊었던 전주의 하루
이번 전주 여행은 계획보다 여백이 많았다. 내비게이션을 껐고, 검색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작은 골목, 오래된 상점, 골목 벽화 같은 디테일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점심은 시장에서 간단히 해결했고, 오후는 천천히 걷는 데만 썼다. 한옥마을로 들어가기 직전에는 작은 도예공방이 있어 잠시 들러 이야기를 나눴다. 작업하던 사장님은 내게 도자기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손맛에 대해 들려주셨다. 그 말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 큰 울림을 주었다. 로컬여행의 진짜 매력은, 예상치 못한 순간과 사람을 만나는 데 있다고 느꼈다. 그날의 사진은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기억은 더 선명하다. 전주는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닌,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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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투어는 관광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을 느끼고 머무는 여행 방식이었다. 전주의 남부시장과 한지 공방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일상의 위로가 되었다. 손으로 직접 만들고, 사람과 눈 맞추며 대화하는 과정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혹시 다음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유명한 장소보다도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발길을 옮겨보길 바란다. 그곳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