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 저는 조용히 떠나는 여행을 택합니다. 혼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동반한 누군가를 신경쓰지 않고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여행지들이 몇 곳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실제로 다녀온 세 곳—강릉 경포호, 통영 동피랑 마을,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산책, 독서, 뷰 맛집까지 경험한 힐링 혼행 코스를 소개드리겠습니다.
1. 강릉 경포호수 – 바람 따라 걷는 호숫가 산책
강릉 경포호는 제가 가장 자주 찾는 힐링 장소입니다.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하면 택시로 15분 거리이며, 대중교통도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경포호 둘레길은 총 4.3km로, 평탄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침 8시쯤 도착해 조용한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 천천히 걸었습니다. 걷는 동안 들리는 건 새소리와 잔잔한 바람 소리뿐이었습니다. 특히 경포대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호수의 전경은 한참을 멍하니 있게 만들 정도로 평화로웠습니다.
산책 후에는 경포호 인근 카페 골목에 있는 한 북카페에 들러 혼자 조용히 책을 읽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호수가 보이는 뷰가 너무 좋아 커피 한 잔과 함께 2시간 넘게 머물렀습니다.
📍 위치: 강원도 강릉시 저동 2-5 / 강릉역에서 택시 15분
2. 통영 동피랑 마을 – 골목 사이 감성 속으로
통영은 바다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그중에서도 동피랑 벽화마을은 혼자 조용히 걷기에 딱 좋은 장소입니다. 통영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고, 언덕을 따라 오르면서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이른 오전이었고, 관광객이 거의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골목을 천천히 거닐 수 있었습니다. 언덕 꼭대기 전망대에서 보는 통영항의 전경은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을 아래에는 ‘감성카페’라고 불리는 뷰 카페들이 몇 곳 있는데, 저는 통영항이 훤히 보이는 루프탑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겼습니다. 혼자 조용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 위치: 경남 통영시 동피랑길 6 / 통영버스터미널에서 도보 15분
3.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 바다 옆 책 읽는 골목길
부산은 언제 가도 즐거운 도시지만, 혼자 조용히 힐링하고 싶을 땐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습니다. 이곳은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으로, 절영로 해안산책길과 이어져 있어 바다 보며 걷기에 딱 좋습니다.
남포동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소요되며, 도착하면 작은 골목길과 예술작품들이 펼쳐집니다. 저는 마을 입구에서 시작해 끝까지 천천히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골목 안 작은 서점에 들러 책도 한 권 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바다를 내려다보는 테라스를 가진 작은 북카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여행자를 위한 포스트잇 벽이 있었는데, 저도 제 여행 소감을 남기고 왔습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나오는 길에 바다 냄새가 참 깊게 남았습니다.
📍 위치: 부산 영도구 영선동4가 흰여울길 일대 / 남포동에서 버스 20분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행지는 멀지 않은 곳에도 많습니다. 강릉의 호수, 통영의 벽화 골목, 부산의 바다 마을. 이 세 곳은 저에게 ‘혼자여도 충분한 여행’이라는 걸 알려준 장소였습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걷고, 읽고, 마시며 나를 다시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코스를 꼭 추천드립니다.